• 한-태 뉴스

태국뉴스 Home  >  한-태 뉴스  >  태국뉴스

(태국인에게) 한국은 거짓 약속의 땅?

조회수 : 8926 2018.02.13


태국인의 한국 불법 체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모양이다.

태국 영자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1월 5일자 보도에서 `한국은 거짓 약속의 땅’이라는 제목과 함께 태국 고용청장의 말을 인용, 불법 해외취업을 하려는 태국인들에게 한국은 세계적인 최고의 목적지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불법취업을 하려다 태국 당국에 의해 적발된 인원만 지난해 1천100명 이라고 하니, 실제 불법 취업자의 수는 이 보다 훨씬 많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태국인의 한국 불법취업문제가 보도되고 문제화 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사란 차른수완 주한 태국대사는 3년 동안 태국인의 불법취업자수가 2배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방콕포스트는 2016년 3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체류인구의 절반 수준인 5만2435명으로 2011년에 비해 314%가 증가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태 양국이 공조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통계청도 2015년 기준 출국 외국인 체류자가 총 30만 1천명인 가운데 태국인은 2만1천명으로 2014년에 비해 1년 동안 무려 2배 가까이 늘었음을 공개했다.

각종 통계와 조사 등을 종합하면 태국인의 한국 불법체류는 2013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태국 언론에선 여행은 `저팬 피버’, 취업은 `코리안피버’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비자면제와 세금 감면 등의 적극적인 조치로 태국인들에겐 일본 여행의 붐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고, 한류의 진원지인 한국은 이미 체결된 무비자협정을 악용해 입국이 손쉬운 점 등으로 인해 `불법 취업’의 붐이 불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태국인들의 불법체류 증가와 함께 태국인 관련 범죄도 2013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597건이던 태국인 관련 범죄는 2014년 1249건으로 증가했으며, 2016년엔 무려 1,738건이 발생해 3년새 295%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유독 한국에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뚜렷한 대답을 내놓는 분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나라는 이미 1981년부터 상호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해 불법체류의 이유로 지적하는 무비자 방문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태국인들이 한국에서 월 100만(약 3만 바트) 정도의 급여를 받는데, 이 또한 최근 3~4년 안에 생긴 일도 아니다.

태국 방콕 포스트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보도에서 ‘더욱더 많은 태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 간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다’며 여행객으로 위장한 불법체류자가 많음을 암시했다. 한국 한 언론의 르포에 따르면, 한국과 태국에선 불법체류를 알선하는 수백개의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다고 한다. 점 조직인 이들은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불법체류 알선으로 큰 돈을 버니, 여기 저기에서 태국인+한국인 들이 몰려든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으로 출발하는 일부 패키지 여행의 가격은 태국과 국경이 맞붙은 나라의 여행상품 보다도 때론 싸니 브로커들에겐 이 보다 더 그럴듯한 수단이 없고 수지 맞는 장사도 없는 것이다. 르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올림픽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입국심사가 느슨해 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때가 불법노동자 입국의 `성수기’가 되는 셈이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지자체 등에선 그저 외국인이라면 따져보지도 않고 두당 인센티브까지 주며 환영한다. 외국인의 질이 아니라 수가 오로지 이들의 관심사인 것이다. 매년 입국자 수는 늘어도 그들이 실제 관광경기에 부응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50명의 단체 팀이 입국해 2명이 남고 48명이 사라져도 이민국 통계로 성과를 따지는 관광당국은  실적으로 인정받는다. 업자들 간에는 불법노동자를 섞어 보내는 여행사 등을 대강은 알고 있는데, 하물며 이런 곳에서 사람 많이 보내 준다고 지자체 등에서 상을 주고 지원까지 한다.  

한 나라의 여행문화가 저가일색으로 굳어지면 인센티브 등 진짜 돈 쓰는 외국인들도 유치하기 어려워지며 여행시장을 초토화 시킨다. 그 뿐만 아니다.  애써 올려 놓은 국가 이미지가 곧두박질 친다. 한 해 만명이 넘는 외국이 찾는 태국이 `저가투어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쉽지 않다. 한번 뒤틀린 이미지를 바로잡는 데는 수십배의 노력과 비용이 드니 이미지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쉬운 방편이다. 

저가투어는 한류 등의 영향으로 2010년 이후 태국인의 한국여행이 급증하면서, 업체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항공권 가격에도 못미치는 1만5천바트(약 50만원) 이하의 패키지 방한상품이 최근 2~3년 들어 태국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3만바트가 넘어가면 거의 안팔린다고 보면 된다. 4성급 호텔을 이용하며, 적절한 식당과 관광지를 허가받은 가이드가 안내하며 3박4일을 기준으로 여행상품을 구성하면 2만5천바트를 훌쩍 넘어간다. 그러나 2만5천바트가 넘는 상품은 태국지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불법 노동자들이 저가투어를 이용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또 브로커들이 한국이민국을 통과할 경우와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따로 산정해 돈을 받는다는 것도 파다하게 소문나 있다.

얼마 전 태국 동부지방에서 마사지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 마사지사가 간단한 한국말을 구사해 신기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브로커의 알선으로 한국에서 마사지사를 하다 단속돼 돌아왔다고 알려주며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태국에서 출발할 때 3개월간 체류할 수 있으며, 최소한 2개월은 아무런 단속없이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고 했다. 3개월이 끝나갈 무렵 단속돼 돌아오면 한국에서 2개월 동안 일한 급여가 태국의 6개월 이상이 되기 때문에 손해볼 게 전혀 없는 장사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블랙리스트에서도 해제돼 다시 한국으로 일하러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당연히 저가투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민국에서 단속돼 다시 돌아올 경우의 비용은 모두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투어상품을 어려운 것이었다. 이 여성은 이는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라며 덧붙여 줬다. 체류 2개월간은 왜 경찰이 단속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단속돼 돌아온다는 것에 대한 어떤 부담도 긴장감도 없다고 했다.

한국이나 태국의 관련기관에서 태국 동부나 북부의 마사지업소 몇군데만 슬며시 방문해 귀를 귀울여도 한국 불법체류의 방법과 양상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태국의 경우 얼마전부터 비자기간을 넘어 이른바 오버스테이를 할 경우 제재를 훨씬 강화했다. 자진 신고할 경우 최대 2만바트 내에서 하루당 500바트의 벌금을 무는 것도 가볍지 않지만 90일 이상을 오버스테이하면 1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또 1년이 넘어면 3년간, 3년이 넘으면 5년간, 5년이 넘으면 10년간 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체포될 경우엔 더 무겁다. 1년 이하 오버스테이는 5년간, 1년 이상은 10년간 태국에 재 입국할 수 없다. 어떤 경우는 이런 정보의 부족 탓에 동반 가족의 일부가 오버스테이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미성년자가 아닌 한 벌금부과와 재입국금지 규정은 예외 없다. 태국인의 경우 한국어 테스트를 거쳐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한국어를 연마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다 실력부족으로 손쉬운 불법취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노동자와 저가투어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등을 숫자와 통계로만 파악하고 먼산 볼 게 아닌 듯 하다.   전수조사라도 하고 현장이야기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