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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소년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환을 기도하며

조회수 : 7687 2018.07.09

 

태국 소년 12명이 칠흑 같이 깜깜한 동굴 속에 갇혀 있다 열흘만에 생존이 확인됐다.

구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린다지만 살아 있단 소식을 듣는 순간 울컥해 졌다. 4년 전 봄날, 까닭없이 떨어진 어린 꽃들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태국 소년들이 갇힌 곳은 태국 최북단 치앙라이 매사이란 지역의 탐루엉 동굴. 

치앙라이는  방콕 파타야 푸켓 치앙마이 등에 이어 한국인이라면 태국 여행지로 4, 5순위에 들까말까한 곳이다.  

하지만 골든트라이앵글, 백색사원, 고산족 등의 이색문화가 있어 태국에 오래 산 사람들이 종종 추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탐루엉 동굴은 미얀마 국경에 인접한 치앙라이 최북단으로 치앙라이 중심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낭논 국립공원 안에 있다.  

동굴의 길이는 총 10km로 통로가 좁은 곳이 많고 우기인 6월 이후엔 침수가 빈번해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표지가 세워져 있다. 

 

 

11세에서 16세 까지의 태국 소년 축구단은 25세 코치의 인솔로 이곳에 갔다 실종됐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태국 곳곳에 나온 각종 정보를 모아 역추적 해봤다.

이들이 실종되기 하루전인 6월 22일 치앙라이의 날씨는 꽤 좋았다. 오전 기온은 24도, 한낮 최고 기온은 30도. 하루  4mm의 비가 간간히 내려 훈련하기도 좋았다. 

실종 당일 날에도 낮 12시쯤에는 쨍쨍했고,  오후부터 구름이 끼었다. 태국어로 ‘무빠’, 한국어로는 ‘멧돼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축구단은 70여명으로 구성된 치앙라이 지역 팀이다.   

노파랏이란 사람이 감독이고 그 아래 에카폰(일명 엑) 이란 코치가 지도하고 있었다. 

이날 에카폰 코치는 축구단에서 가장 어린 팀을 이끌고 훈련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우기이긴 하지만 날씨도 좋았다. 

가장 어린 선수는  11세, 가장 나이 많은 선수는 16세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사이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 자전거도 끌도록 했다.  

노파랏 감독은 에카폰 코치가 텐트, 구급약, 근육통증 완화 스프레이, 스낵과 오렌지주스, 물 등을  넣은 2개의 배낭을 챙기는 것을 보았다. 

에카폰 코치는 이미 2년전인 2016년 12월 30일에도 이 탐루엉 동굴을 탐험한 적이 있다.  

치앙라이의 축구팀들이 경기를 앞두고 종종 특별훈련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에도 당시 그 사진을 올려 놨다.  

 

소년 축구단이 실종된 시점은 러시아 월드컵 기간.  

에카폰 코치는 축구인인 만큼 실종 당일인 6월 23일 태국 시간 오후 10시부터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법했다. 

어쩌면 이날 그 경기를 봐야겠단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탐 루엉 동굴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폭우가 퍼붓기 시작했다. 자전거와 축구화를 챙길 겨를도 없었다. 휴가철 순식간에 물어나는 계곡물을 상상하면 짐작이 간다. 

태국 기상청 강우기록을 보면 치앙라이에는6월 23일 20mm, 24일 33mm, 25일 29mm, 26일 46mm, 27일 27mm의 비가 내렸다. 

이들이 실종된 뒤 5일간 하루도 그치지 않고 무려 155mm의 비가 퍼부은 것이다.  

동굴안은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고, 에카폰 코치와 선수들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동굴 안쪽으로 안쪽으로 더 깊숙히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굴에 고립되고 식량과 물이 떨어지자 에카폰 코치는 아이들에게 빗물은 먹지 말고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먹으라고 지시했다.  

 

가급적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많이 움직이지 말고 명상을 하라고도 했다.

12명의 소년들과 코치가 기약 없는 사투를 벌이는 동안 동굴 밖에선 난리가 났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에 이어 실종 4일 째엔 태국 해군특수부대와 구조견들이 동원됐다.  각국의 구조 전문가들도 속속 도착했다.  

이 중엔 영국 소방관 리차드 스탠톤과 인터넷 엔지니어를 하며 구조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존 볼란센도 있었다.  

구조에 동원된 사람들은 1천여명에 달했고, 전세계는 이들 소년들의 생존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소년들이 실종된 지 9일 5시간 뒤인 7월 2일 오후 10시경.  

동굴 입구로부터 4km 이상 떨어진  수중 동굴 안에서 구조라인 작업을 하던 영국인 존 블란센이 라인의 길이가 다 되어 물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순간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나눈 대화는 이랬다.

[몇 명이나 있니? ]

[너희 들은 여기 10일이나 있었다.]

[ 정말 강하구나.]

[고마워요.]

 

 소년들의 생존 소식이 처음으로 전세계에 전해졌다. 바싹 여윈 아이들은 상의로 무릎을 가리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빠른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축구부를 인솔해 위험을 자초한 에카폰 코치에 대해선 비난과 응원이 쇄도하고 있다.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아이들을 잘 보살폈다며 아이들의 부모들은 [괜찮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노파랏 감독도 감독직의 바통을 물려주려 했다며 아이들의 생존이 확인되기 전부터 [빠른 시간내 아이들과 안전하게 돌아오라]며 명령했다.  

태국 일부 언론에서는 소년들의 생존이 확인됐을때 에카폰코치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것은 죄책감 때문이었으며, 

자신의 식량을 소년들에게 나눠주는 희생으로 유독 허약해진 모습이라고도 전했다.

 

 

생존은 확인되었지만 문제는 구조다.  소년들이 발견된 곳은 입구에서 4km 이상 떨어진 동굴의 바위 밑.   

전문 잠수사라고 해도 6시간 이상을 헤엄쳐야 겨우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전 특수부대 군인도 소년들의 생존이 확인 된 뒤 구조활동을 하다 안타깝게 사망했다. 

 

소년들은 수영은 물론 잠수 능력이 없다.  동굴의 물을 퍼내고 있고,  수위가 줄어 입구에서 걸어 들어가는 부분이 늘어났지만  물을 다 퍼내긴 역부족이다.  

또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도 있어 서둘러야 하는 상황. 이미 동굴에서 퍼낸 물로 주변 농경지들도 침수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소년들이 나오려면 산소통 호흡을 하며 수심 5m의 진흙탕 물과 좁은 입구를 통과해 수백미터를 헤엄쳐야 한다. 체력도 바닥나고 헤엄을 배우지도 못했으니 위험부담이 크다.   

구조팀들은 소년들이 갇혀 있는 곳과 가까운 입구가 있는지를 수색 중이다.  하정우 주연의 한국영화  [터널] 처럼 동굴을 향해 수직으로 구멍을  뚫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정확한 지점을 찾을 수 없고 ,  엄청난 깊이, 또 동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철 터널 조성,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한 구조법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구조의견들이 쇄도하고 있다. 

생존은 확인되었지만 완벽한 구조는 아직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폭우로 갇힌 사고였고, 발견되기 까지 깜깜한 어둠속에서 무려 10일을 버티며 생존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도 참으로 기특하다.  

 살아줘서 고맙다. 나약한 어른들에게 일깨움을 준다. 빠르고 안전하게 구조돼  별 총총한 치앙라이에  폭죽같은 환호성이 터지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