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 뉴스

태국뉴스 Home  >  한-태 뉴스  >  태국뉴스

태국 & 한국 학생들의 교복 및 두발 자유화 논쟁

조회수 : 7399 2019.01.22


*교복 차림의 태국 여대생들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본질은 똑같다.
태국과 한국이 비슷한 시기에 학생들의 교복과 두발 자유화 논쟁으로 한창이다.
서울의 중-고등학생이 올해 2학기부터 머리카락을 기르고 염색을 할 수 있고, 편안한 교복차림으로 등교할 전망인데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전국적으로 활발하다.
태국도 한 사립학교가 교복없는 날을 시범 실시하며 찬반 논쟁이 뜨겁다.

사실 태국은 학생들의 교복과 두발에 대해 한국보다 엄격하다. 태국은 1939년부터 80년 동안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똑 같은 컬러의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공립학교는 검은색 하의와 흰색 상의가 기본이다. 
태국 전역 100개가 넘는 국제학교의 교복 컬러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이 곳이라도 교복착용은 예외가 아니며 남녀 대학생도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생교복법(Student Uniform Act)'이란 것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방콕의 한 사립학교가 최근 화요일마다 자유복 차림으로 등교하도록 하면서 교복자유화에 대한 논란이 점화됐다. 상업지구인 방콕 실롬에 있는 크리스티언 컬리지(Bangkok Christian College)다. 영문이름을 보면 전문대학교 같지만 사실은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5천여명이 다니는 유서 깊은 명문교다.  1852년 개교해 올해로 167년 됐는데 방콕인근에 있다가 1902년 현재의 방콕 캠퍼스로 이사했다.  교복 입지 않는 날은 한 학기 동안만 시범 시행하고 그 결과를 태국 사립교육위원회, Opec(Office of the Private Education Commission)에 보고하는 조건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기관이나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반대의견을, 학생과 일부 성인은 찬성의견을 내놓고 있다.
교복 자유화에 반대와 찬성의 논리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교복 자유화 반대자들은 교복이 학생들에게 규율의 준수를 일깨우고, 소득불평등도 해소하며, 의류비도 경감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교복을 입었다고 학습 창의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며 학교는 패션쇼를 하는 곳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교복 자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학생자율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맞선다.
태국의 학생들은 대부분은 블랙 & 화이트 교복패션이다.  학생이면 모두 같은 컬러의 교복을 입는 태국인 지라 여대생과 고교생 구분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여대생들은 교복을 몸에 꼭 맞게 줄여 입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교복이라는 해괴한(?) 평을 받기도 했다.  여대생과 여고생은 대학교 배지로 구분될 뿐이다. 대학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대생도 1학년때는 머리 염색도 불허한다. 여고생은 단발머리만 해야하는 게 보통이다. 초-중-고 남학생은 마치 해병대처럼 뒷-옆머리를 바싹 깎도록 되어 있다.
태국 최고 명문대학인 쭐라롱꼰 대학과 탐마삿대학의 학생들이 한때 교복 착용에 반발해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 탐마삿 대학만 교복을 강요받지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고등학교는1982년 두발, 1983년 교복 자유화가 이뤄졌다.  태국과 비슷한 과정의 논란과 우려가 제기됐지만 두발 및 교복 자유화가 태국보다 먼저 힘을 얻은 데는 ‘일제의 잔재’라는 감정적 호소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교복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가 높아지고 교육계도 그 필요성을 실감해 불과 3년 뒤인 1986년부터 교복자유화 조치가 일부 보완 된 뒤 학교장 재량에 따르도록 됐다. 그 이후로 대부분의 학교는 또다시 각 학교 사정에 맞춘 교복을 제작해 입도록 해 교복 착용은 또다시 한국 중-고교의 대세가 되었다.  학교에 따라 디자인과 색상을 달리하게 됐지만 교복시대로 회귀한 것은 물론이었다.

한국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지난해 전국 200개 중·고교 학생생활규정을 점검한 결과 39.5%가 머리카락 길이를 규제했고 88%는  염색과 파마를 제한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복은 신분을 표시하고, 학생들에게는 소속감 ·유대감을 불어넣는 수단이 된다는 긍정론이 있다. 한국은 1969년 문교부가 중학교 평준화 시책을 실시하면서 단추, 모자를 포함한 교복의 색상과 디자인을 시도별로 통일시키면서 교복스타일로 정착되었다.
한-태국의 교복논쟁을 보며  검은색 상하의에 답답한 후크를 하며 조금이라도 머리카락이 길면 시원하게 머리 한가운데에 고속도로가 뚫리던,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교복세대의 학교생활이 떠오른다.  교복의 장점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머리 큰 성인이 다니는 태국 대학교만이라도 블랙 & 화이트의 덫에서 벗어나길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