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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코끼리 가족, 새끼 구하려다 떼 죽음 한 진실은?

조회수 : 5596 2019.10.10


떼 죽음 당한 태국 코끼리 가족의 이야기가 태국을 눈물짓게 하고 있다.
태국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콕에서 3시간 거리의 카오야이 국립공원 내의 해우 나록(Haew Narok) 폭포에서 10월 5일 6마리의 코끼리 사체가 집단으로 발견됐다.
공원 관계자가 오후 3시쯤 폭포 위쪽에서 들려오는 코끼리의 큰 울부짖음을 듣고  6시쯤 도착해 보니 3살 된 새끼 코끼리가 떨어져 사망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폭포 상단 절벽 벼랑에는 두 마리의 코끼리가 탈진한 상태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150미터 아래의 폭포 쪽으로 내려가 보니 새끼 코끼리 외에도 5마리의 코끼리가 더 숨져 있었다. 
국립공원 측 관계자들은 미끄러져 폭포로 떨어진 새끼를 어른 코끼리들이 구하려다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두 마리의 코끼리는 구조됐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 탓에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폭포로 집단 추락사한 코끼리 아래는 절벽 위에 고립된 코끼리



카오야이 국립공원에 야생 코끼리 3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1992년에도 코끼리 8마리가 떨어져 숨진 적이 있다. 태국 정부 당국은 국립공원 측에 코끼리 보호를 위해 폭포 상단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음식과 물을 제공해 위험한 폭포 꼭대기로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서둘러 제시했다. 
이번 태국 코끼리들의 추락 사고가 새끼 코끼리를 구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란 추측은 코끼리의 사회성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있다.
코끼리는 가장 나이 많고 덩치 큰 암컷이 이끌며 집단생활을 한다.  지능과 사회성이 높아 한번 가족에 속하면 평생 머문다.  2km 밖의 다른 무리에서 내는 소리도 분간할 수 있고 무리가 팀워크를 이뤄 외부 공격으로부터 고도의 방어망을 펼치기도 한다. 발을 굴러 위험신호를 전하고 동료가 다쳐  뒤처지거나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무리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특히 코끼리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모계를 중심으로 무리에 속한 모든 암컷이 새끼를 함께 기르는 ‘공동육아’를 하며 자신이 낳은 새끼는 물론 다른 암컷이  낳은 새끼도 살피는 습성을 가졌다.  동물원 등에서 물에 빠진 아기 코끼리를  돌보는 어른 코끼리의 모습도 흔히 목격된다.
태국에서의 코끼리는 더욱 각별하다.  코끼리는 태국의 ‘내셔널 애니멀’로 태국을 ‘코끼리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국어로 동물을 세는 단위는 뚜어(마리)인데, 유독 코끼리 만은 ‘츠억’이란 수량형용사를 붙여 특별대우한다. 
태국 코끼리는 ‘인도코끼리’에 속하지만 앞발과 몸집이 작고 몸매가 통통한 편이다. 1900년 대는 태국에 약 10만 마리가 살았지만 지난 2007년 3,400여 마리로 줄었다가 2017년엔 개체 수가 7-10% 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태국은 1921년 야생 코끼리 보호법을 제정해 모든 야생 코끼리는 왕실을 대신해 내무부가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임신기간 21개월에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으며 하루에 자신 몸무게의 5.6%인 100-200kg의 먹이를 먹고 40L의 물을 마신다. 코끼리 한 마리가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기 위한 행동반경은 100제곱 킬로미터로 알려져 있다. 수명은 60-70년.  느릿느릿 굼뜬 듯하지만 코끼리의 공격은 치명적이다. 100m 달리기 주파기록이 9.2초로 4-5톤의 몸무게가 덧보태지면 가공할 파괴력이다.
태국 코끼리는 산간 지방에서의 노동, 전쟁의 전사, 왕실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엔 관광산업에 가장 요긴한 것 같다.  현재 태국에 살고 있는 4천여 마리의 태국 코끼리 중 1천여 마리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북부 산간지역에서 통나무 등을 운반하는 일을 한다.  나머지 1천여 마리는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태국 전역에는 70개의 중소규모 관광지에서 `코끼리 탤런트’들이 활동 중이다.  파타야나 푸켓 등 유명 관광지에서 길들인 코끼리들이 콧잔등 위에 아이들을 태워주고, 축구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때론 마사지하는 흉내도 낸다.  태국 관광 중에 타는 코끼리는  결국 1천여 마리 중의 한 마리인 셈이니 귀하기 그지없는 라이딩인 셈이라 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 친숙한 코끼리지만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 흥분한 코끼리가 관광객을 등에서 떨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야생 코끼리는 사람과의 큰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107건의 야생 코끼리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나 코끼리가 죽거나 다쳤다.  농작물 접근을 막기 위해 농부들이 설치한 전기 펜스에 감전돼 최근 6년 동안  죽은 코끼리만 해도 25마리나 된다..
밀림이나 산길에서 야생 코끼리를 만나는 것은 동화 속의 `’코끼리 아저씨’가 아니다. 심각한 위험이 될 수도 있어 행동 강령도 발표됐다. 야생 코끼리가 다가오면 조용히 천천히 차를 후진시켜라, 코끼리는 소리에 민감하므로 절대 경적을 울리지 말라,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지 마라. 자동차 엔진을 켜둬라.  야간이라면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 코끼리의 움직임을 살펴라, 그러나 코끼리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방향 지시등은 켜지 마라 등이 야생 코끼리를 많았을 때의 지침이다.
지난 2004년 할리우드 영화 ‘알렉산더 왕’에 출연했던 아유타야의 코끼리 프라이 크라오가 오염된 바나나를 먹고 죽자 태국 언론들은 어느 유명 인사의 죽음보다 크게 보도하며 호들갑 떨었다.  주인은 사람의 장례처럼 승려를 불러 장사까지 지냈다. 코끼리는 사람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태국은 코끼리를 끔찍이 생각하고 중하게 여겨온 나라다.  
이번 코끼리의 떼 죽음이 단순 실족사인지,  코끼리 특유의 가족애로 새끼를 서로 구하려다 줄지어 추락한 것인가에 대해선 명확하고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코끼리 집안의 멸문지환(滅門之患)을 통해 세상에 더없이 귀중한 것은 가족뿐이라는 태국인들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이 느껴진다.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코끼리는 11마리 였다. 태국 언론이 10월 8일 나타퐁 시라차나 나콘나욕주 주지사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처음 숨진 코끼리 6마리가 발견된 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코끼리 사체 5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태국에서 대형 야생동물이 한꺼번에 이렇게 대거 목숨을 잃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