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페통탄 총리, 무슨 비밀 통화길래? 온 나라가 ‘발칵’
캄보디아 훈센 상원의장과의 비밀 통화 유출… 시민 시위에 연정 붕괴까지
태국 정치권이 단 한 통의 전화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페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의 실질적 권력자인 훈센 상원의장이자 전 총리와 나눈 비공식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정국이 급속한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졌다.
통화의 여파로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연립정부의 핵심 축이었던 품짜이타이당은 6월 18일 밤 전격적인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군부의 반발 기류와 쿠데타설도 제기되고 있다. 야권은 국회 해산에 요구에 나섰다.. 한동안 잠잠했던 태국 정치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조짐이다.

도대체 두 사람 사이의 비밀 통화는 무엇이었을까?
문제의 통화는 지난 6월 15일, 페통탄 총리가 훈센 상원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며 시작됐다.
당시 통화는 공식 외교 채널이 아닌 사적 친분을 바탕으로 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쌍방 통역관이 참여해 내용을 중계하는 구조였다. 페통탄 총리는 태국어, 훈센은 크메르어로 발언했다.
총 통화 시간은 17분. 이 중 9분 분량의 편집본이 외부로 유출되며 태국 사회에 불길이 번졌다.
유출된 녹취에 따르면, 페통탄 총리는 훈센에게 ‘삼촌’이라 부르며 친근함을 드러냈고,
이름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태국-캄보디아 접경 지역을 관할하는 태국군 고위 지휘관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태국 언론들이 보도한 통화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훈센 삼촌, 우리 태국군의 제2군 사령관 같은 반대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너무 마음 상하거나 화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 사람은 멋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 말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국경에서 충돌이 있기 전의 평화를 원합니다.”
페통탄 총리가 언급한 인물은 쓰리스타인 국경지역 최고 사령관 분씬 팟깡 중장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태국군은 캄보디아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경 발언을 한 인물이다. 이 말을 들은 훈센은 크게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통화내용이 유출된 뒤 페통탄 총리가 급히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페통탄 “훈센 진정시키려 했다… 이제 두번 다시는 사적통화 안한다”
해당 통화는 훈센 측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훈센은 통화 직후, “투명성 확보를 위해 태국 총리와의 통화 녹음을 자국 고위 인사 80여 명에게 공유했다”고 직접 밝혔다..
페통탄 총리는통화내용이 유출 하루만인 6월 19일 기자회견에서 통화 내용을 인정하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녹취록 속 음성은 내 목소리가 맞다”면서 “훈센 의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어조로 사적 대화를 나눈 것이며 그것이 외부로 공개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신뢰가 깨진만큼 다시는 사적인 통화를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2군 사령관을 반대편이라 말한 것이 아니라,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는 맥락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태국 언론은 “분씬 중장이 총리의 해명을 받아들였으며,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태국 총리의 비밀통화 유출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경찰이 이를 막고 있다.
시위 확산, 연정 붕괴… 불붙은 정치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태국 개혁을 위한 학생 및 시민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 수백 명이 6월 19일 방콕 총리실 앞에 집결,
“국가 자존심을 외국에 팔아넘긴 총리는 물러나라”고 외치며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연정 핵심 파트너였던 품짜이타이당도 가세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는 “이번 사태는 연정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전격적인 연정 탈퇴를 선언했고,
소속 장관들은 전원 사임서를 제출했다. 현재 내무부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아누틴 부총리는 또한 총리 소속당인 프어타이당이 내무부 장관직을 내놓고 그 대신 보건부나 총리실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연정 협약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탁신과 훈센은 개인적으로 막역한 사이다.
탁신–훈센 정치 동맹이 낳은 외교 리스크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외교 실수로 보지 않는다.
페통탄 총리의 부친인 탁신 전 총리와 훈센 간의 오랜 정치적 유착 관계가 불러온 비공식 외교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전 총리는 2008년 훈센의 초청으로 캄보디아에 입국,
한동안 거주하며 경제 자문역까지 맡았다.
훈센은 당시 태국에서 쫓겨난 탁신에게 “캄보디아는 당신의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훈센은 이후에도 “탁신은 훌륭한 리더이며 태국 정치에 복귀할 자격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고,
이로 인해 태국 보수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탁신의 딸인 페통탄 총리가 훈센을 삼촌이라 부르며 비공식 통화를 나눈 것도
가문 간 네트워크가 외교 라인을 대신한 위험한 선례로 지적되고 있다.

훈센, 그는 누구인가?
훈센은 1985년부터 2023년까지 38년간 캄보디아 총리직을 유지한 장기 집권자다.
2023년 총리직을 아들 훈 마넷에게 승계했지만, 상원의장에 올라 여전히 실권을 쥐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를 “캄보디아 민주주의를 장례식으로 보낸 인물”, “사실상 독재자”로 평가한다.
야당 해산, 언론 탄압, 부정부패, 권력 세습 등을 일삼았으며, 국제 인권단체와 서방 국가들로부터 반복적인 제재와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훈센과의 단 9분간의 통화 유출은 페통탄 총리에게
군·외교·주권·내각 내부 균열을 동시에 불러온 정치적 악수가 되고 말았다.
향후 태국 정국은 총리 퇴진 요구의 확산, 연정 붕괴와 조기 총선,군부와의 갈등 심화, 외교 마찰에 따른 국경 분쟁 고조 등복합적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페통탄 총리의 리더십과 정치 생명, 그리고 혼란때 마다 개입해온 군부 등을 감안할 때 태국 민주주의의 존속 여부가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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