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네이선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지분 매각 잇따라… 금융권 “재무건전성 전반 악화” 경고
태국의 경제성장률이 아세안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태국 상장사들이 국내외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6월 23일 태국영문 매체 더 네이션이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과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고부채, 신용경색 등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면서, 민간 부문이 자본 효율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긴축 행보에 나선 것.
최근 수개월간 주요 기업들은 수천억 원대 규모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시멘트·건설, 에너지, 산업단지, 금융 등 전방위 산업에 걸쳐 구조조정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시멘트·건설 분야에서는 시암 시멘트 그룹(SCG)이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사 찬드라 아스리 퍼시픽(CAP)의 지분 10.57%를 매각하며, 약 20% 수준만 잔류시킬 계획이다.
CH. 칸창은 라오스 전력회사인 루앙프라방파워(LPCL)의 주식 4억1,867만 주를 TTW에 27억6,500만 바트(약 1,070억 원)에 매각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도 대규모 매각이 이어졌다.
반푸(Banpu)는 일본 내 태양광 발전소 10개를 44억6천만 바트에 해외계 기관투자자에 넘겼으며, Thai Solar Energy(TSE)는 자회사 TSR 지분 60%를 Levanta Renewables에 매각했다.
Super Energy와 Prime Road Power도 각각 대만과 태국 내 태양광 프로젝트를 매각하며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아마타(Amata Corporation)는 타이-차이나 제2공단(TCR2)의 지분 전량을 원 소유 법인에 매각해 인접 공단 간 운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매각과 구조조정 움직임은 금융권의 경고와 맞물려 있다.
끄룽타이은행의 파용 스리와니치 최고경영자(CEO)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유동성 악화와 실적 부진이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외 공급망 붕괴와 관광 침체, 소비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시콘은행의 피핏 아넥니티 CEO도 “이전까지 중소기업과 소매업종에 국한됐던 불안정성이 이제 대기업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중앙은행(BoT)도 금융 시스템 안정성 보고서에서 “높은 기업 부채 비율이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하며, 특히 글로벌 교역 환경과 중국발 경쟁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영 에너지기업 PTT 그룹은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과일 철도운송 사업을 종료하고, 석유화학 분야에서 외국 파트너와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채무관리 전문기업 Chayo Group의 숙산 야사신 CEO는 “지난 6개월간 기업 자산 매각이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최근 3개월은 더욱 가속화됐다”며 “수익 감소와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구조조정 흐름이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연 3~3.5% 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선 구조적 개혁과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