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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얼마나 사랑스런 전쟁인가?

조회수 : 423 2025.12.22

국–캄보디아 국경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가 제발 휴전하라고 말리지만 태국은 당최 말을 듣고 있지 않다.

공군력을 앞세운 절대 우위의 군사력으로 전투용 헬리콥터 한 대 없는 캄보디아를 연일 거점 타격하고 있다.

일국의 총리가 분쟁국인 캄보디아 전 총리에게 ‘오빠’라는 칭호까지 사용하고, 국경 지역 사령관 뒷담화까지 하는 등 소극적인 국경 문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려 왔던 태국 국민들은 애국심으로 한데 뭉쳐 환호한다.

수십만 명이 일터와 일상을 잃고 피난길에 올랐지만, 4개월 시한부 정권으로 그동안 선거에서 3등 이상 해본 적 없던 지역 기반 정당 출신 총리의 어깨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태국의 총선이 내년 2월 8일로 확정됐다. 겨우 50일 정도 남았다. 현 총리는 “휴전은 없다. 주권을 되찾겠다”며 매일 접경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이 통에 경제, 민주화, 인권을 내세우며 젊은 층의 거의 몰표를 받아 지난 총선에서 1등을 차지했던 국민당은 시들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태국도 여느 나라처럼 ‘먹사니즘’이 중요한 시국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안보’가 우선 가치다.

태국의 유일한 오프라인 영문 매체로 외국인 및 지도층이 가장 자주 보는 방콕포스트는 이런 상황을 'Oh, What a Lovely War'라고 표현했다. 아무리봐도 ‘올해의 제목’이다.

진심으로는 'Oh, What cruel politics'로 말하고 싶었을지도...

방콕포스트는 캄보디아와의 최근 국경 충돌이 총선을 앞두고 현 총리가 대표를 맡은 품짜이타이당에 상당한 정치적 이점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점차 상황이 품짜이타이당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태국–캄보디아 국경을 따라 다시 불거진 긴장은 군사적 계산과 안보 담론을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태국 주요 정당들의 정치적 운명까지 재편하고 있다.

포격전, 민간인 대피, 군 병력 증강이 연일 전국 뉴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가운데, 집권 품짜이타이당과 아누틴 총리는 예상치 못하게 한층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됐다.

반면, 경제적 불만과 정부 피로감을 발판으로 세를 키우려 했던 최대 야당 국민당은 상승세가 멈춰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경 충돌 이전 수주 동안 정치권의 초점은 물가 상승, 남부 지역 홍수, 헌법 개정 논쟁 등 국내 현안에 맞춰져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부동층이거나 반기득권 정서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민당은 투명하고 개혁적인 정부를 약속하며 ‘책임의 목소리’를 자처해 왔다.

그러나 이달 갑작스럽게 발생한 국경 충돌은 유권자들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국가 안보가 경제와 제도 개혁 이슈를 단숨에 압도하면서, 전통적으로 현 정부에 유리한 정치 환경이 다시 조성됐다. 그동안 지도력 부족 이미지를 안고 고전해 온 아누틴 총리에게 이번 국경 위기는 반전의 기회가 됐다. 군 지휘본부 방문, 매일 이어진 대국민 브리핑, 피해 지역 방문 등은 적극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정치학 전문가에 따르면, 안보 위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유능함, 침착함, 명확성’이다. 이 점에서 아누틴 총리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이들조차 놀라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국경 방어선 보강 지시, 민·군 협력 대피 체계 구축 등은 실용적 조치로 호평을 받았고, 외교·군 수뇌부와의 긴밀한 공조는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론 변화가 역사적으로 반복돼 온 패턴과 닮아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 위협이 인식될 때마다 유권자들은 현 집권 세력 쪽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 기반 정당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던 품짜이타이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적 위기 관리 능력을 갖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국경 충돌 이전까지만 해도 품짜이타이당은 인프라 개발 지연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고, 특히 도시 지역에서 지지율이 정체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총선을 앞두고 다른 연정 가능성을 저울질하던 연립정부 파트너들도 ‘국가 통합’을 이유로 다시 정부 지지를 확약했다. 캄보디아와 접경한 동북부 7개 주를 중심으로 한 농촌 지지 기반 역시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린, 부리람, 사깨오 등지의 지역 지도자들은 긴급 지원과 안보 강화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번 국경 위기는 품짜이타이당에 새로운 정치적 무기를 안겨줬다.

국경 긴장이 이어질수록 ‘경험 있는 지도력의 중요성’이라는 메시지가 강화되며, 이는 안보 이슈에 상대적으로 약한 야당의 개혁 중심 의제와 대비된다.

반면 국민당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제도 개혁, 반부패, 군에 대한 문민 통제, 사회·경제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국민당의 공약은 평시 정치에는 적합했지만, 분쟁 국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 비애국적으로 보일 위험이 있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 결정적 순간에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어 국민당은 설득력 있는 입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교와 자제,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국민당의 입장은 당의 원칙과 부합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이를 현실적이지 않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국내 정책 실패로 회복하던 국민당의 모멘텀은 국경 이슈로 인해 급속히 사라졌다. 언론의 관심도 경제 불만에서 국경과 정부 대응으로 옮겨갔다.

만약 이번 충돌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거나 확대될 경우, 총선을 둘러싼 정치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전에는 많은 지역구에서 2~3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품짜이타이당이 안정성과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더 폭넓은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당은 장기적인 지지 기반 약화를 막기 위해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적 개혁 의제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도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안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번 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은 단순히 접경 지역 사회를 흔든 데 그치지 않고, 전국적인 정치 환경 자체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누틴 총리와 품짜이타이당은 총선을 앞두고 필요했던 자신감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고, 국민당에는 메시지 재정비를 강요하는 시험대가 됐다는 것이다.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흐름은 품짜이타이당에 점차 유리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월 4~12일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0%는 적합한 총리 후보를 정하지 못했고, 32.6%는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당이 25.28%로 1위를 유지했지만, 당대표인 나타퐁 대표의 총리 선호도는 17.20%에 그쳤다.

아누틴 총리는 12.32%를 기록해 정당 지지도(9.92%)보다 높은 개인 지지도를 보였다.

쭐라롱껀대학 정치학자 스티톤 타나니티촛(Stithorn Thananithichot)은 이번 국경 충돌로 국민당과 프어타이당의 지지가 더 약화될 수 있으며, 지역구 기반이 강한 품짜이타이당은 전국 여론조사와 무관하게 의석 수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품짜이타이당은 총 100석 이상을 확보하며 1위로 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Harry>

참고: 방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