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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국가 기관과 민간 기업, 교육, 미디어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태국은 여전히 ‘기술 생산국’이 아닌 ‘기술 수용국’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외 플랫폼과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AI 시대의 기회와 위험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다.
태국 영문매체 방콕포스트는 정치권과 규제 당국, 학계 인사들을 인터뷰해 1월 6일 태국의 AI 대응 현황과 과제를 짚는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핵심 쟁점은 공공 부문의 대응 속도, 제도적 준비, 그리고 장기 전략의 부재였다.
“민간은 앞서가지만 공공은 뒤처져”
디지털정부개발청(DGA)을 총괄하는 총리실 장관 파라돈 프리싸난안타꾼은 “민간 부문에서는 AI가 이미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공 부문은 여전히 행정과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문제는 예산이나 기술이 아니라 이해와 인식의 문제”라며 “많은 공무원들이 AI 활용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장 실행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라돈 장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퍼스트(AI-first) 정책’을 제안했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부처와 기관에 AI를 기본 전제로 도입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추진 중인 정당으로는 Bhumjaithai Party가 거론됐다.
그는 토지국을 사례로 들며 “여전히 과도한 종이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신원 확인과 행정 서비스는 디지털과 AI 기반으로 전환돼야 하며, 정부가 명확한 전환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규제와 윤리…“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AI 규제와 관련해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 위원인 피롱롱 라마수타는 “AI는 이제 특정 산업을 넘어 사회 전반에 스며든 범용 기술”이라며 “추천 알고리즘은 교육·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인간의 사고와 상호작용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의 혜택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 영어 능력이나 기술 이해도가 높은 계층일수록 더 큰 이점을 얻고, 이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은 윤리·법적 논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피롱롱 위원은 “이제 논의의 초점은 AI가 윤리와 법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며 “투명성, 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책임성이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위험 기반 규제 모델을 예로 들며, 사회적 점수화와 같은 고위험 AI는 전면 금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국 현실과 관련해서는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콜센터 사기 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미디어 리터러시가 부족한 젊은 층이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 역시 사용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태국 미디어, AI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
미디어 분야에 대해 탐마삿대 저널리즘·매스커뮤니케이션학부의 에까폰 띠엔타원 조교수는 “선진국은 AI를 개발하고 기준을 만드는 혁신국이 되고 있지만, 태국은 여전히 기성 도구를 사용하는 소비자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태국 언론은 주로 전사, 데이터 정리 등 업무 효율화 차원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창의적이거나 독자적인 활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는 저널리즘에서도 위험도에 따라 AI 활용을 구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포츠·연예 기사 등 저위험 콘텐츠는 기본적인 인간 검토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재난·전쟁과 같은 고위험 사안에서는 기자·편집자·전문가가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지·영상 생성 AI는 엄격한 편집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균형이 관건…혁신과 통제 사이”
AI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해 에까폰 조교수는 “특정 진영에 치우치기보다 양쪽 기술을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드는 가운데, 태국의 과제는 혁신과 규제, 효율성과 윤리, 기술 발전과 사회적 신뢰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아직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기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태국 사회에 던져진 핵심 질문으로 남아 있다.
*원문:방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