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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파동과 태국 계란 수입

조회수 : 10114 2017.06.30


*태국 도매시장의 계란

한국의 AI(조루 인플루엔자) 파동으로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태국산 계란 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모양이다.
 한참 전에 도착해야 했을 초도 물량 조차 안 들어 왔고, 수입업자가 잠적 했다니,  연결이 끊겼다느니 등 코미디 같은 뉴스들이 전해졌다. 
태국에서 매주 200만 개씩 들여온다는 게 당초 계획인데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쳐 계란 값 진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전체 알 낳는 닭의 3분의 1인 2천400만 마리가 살 처분 됐으니 예상된 일이었다.  한국에서 현재 계란 30개 한판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니 한 알에 300원.  
이쯤되면 `황금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계란이고 나물이고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서울 홍대 앞 비빔밥 집 같은 곳에서도 언제부터인가 계란 프라이 만은 1인당 1개씩 배급(?)하고 있다고 한다.


*계란 배급하는 홍대앞 비빕밥 뷔페

AI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일본 중국은 물론 아프리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I 청정국가로 남은 나라는 이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뿐이다.
미국과 스페인도 청정국가의 지위를 잃었다고 한다. 태국도 당연히 AI 청정국가가 아니다.  다만 브라질 칠레 필리핀 호주 캐나다와 함께 닭고기는 수입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태국이야 말로 조류독감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른 나라다. 
탁신 정부 시절인 2004~2005년엔 닭고기 수출량이 60%나 감소하고, 관광객 마저 줄어드는 등 국가적 재난을 겪었다.  
당시 탁신 총리는 배 가른 닭을 머리에 쓰고 신문 1면을 장식하며 안전성을 홍보하는 등 악전고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조류독감 홍역을 겪은 태국은 태국 축산개발국(DLP) 및 태국양계수출협회 등에서 닭의 위생 및 질병관리를 개선하며 이미지를 바꾸기 시작했는데,
2013년엔 일본으로부터 조류독감 청정지역으로 인정받아 10여년 만에 생계육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닭고기 수출 세계 4위의 자리도 회복했다. 
한국 SBS TV `생활경제’라는 프로그램은 2014년 태국을 방문해 달라진 양계관리 시스템 등을 촬영해 방송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계란 값은 해마다 요동친다.  가뭄, 높은 온도, 사료값의 상승 등으로 계란 출하량이 들쭉날쭉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엔 당시 아피싯 총리가 TV에 나와 생산자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계란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태국 계란 값은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이나 올랐다. 마트에서 파는 가장 큰 특란은 개당 5바트(175원) 까지 껑충 뛰었고, 가장 작은 계란도 2.5바트에 달했다. 
 계란값이 폭등한 이유는 4~5월이 가장 더운 계절이라 닭들의 산란율이 현격히 떨어진데다 5월 이후엔 각급 학교가 개학해 계란 수요가 크게 증가한 이유도 있었다.
 태국 정부는 치솟는 계란값 안정을 위해 암탉수입을 늘리기도 했다.
태국에선  당시 암탉을 연간 40만 마리까지만 수입하도록 하고 9개의 주요회사들에게만 닭 수입을 허용했는데, 수입업자들에게 수입량을 늘리도록 권고한 것이다.
또 2013년 당시엔 수급 균형을 맞추지 못한 `계란 위원회(Egg board)'를 개편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태국엔 중부지역에만 133개의 중소형 양계장이 있지만 계란 파동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방콕에서 410킬로미터 떨어진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부리람이란 곳에선 어느해 5월 계란 가격이 한 달에 3번이나 큰 폭으로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계란값 안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자주 나올 정도로 태국도 서민 식생활에 중요한 계란의 공급과 가격은 거의 해마다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의 계란 소비가 급증하고, 해마다 공급 불안이 야기되는 `딱 그 시기’인 5~6월에 한국이 태국으로부터 계란을 수입하려 한 자체가 아이러니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쨌든 태국에서 선적한 계란이 우여곡절 끝에 곧 한국에 도착한다고 하니, 문제없고 신선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