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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K-POP 팬과 한류 장사꾼들 -BTS와 워너원-

조회수 : 11136 2018.06.21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태국 팬클럽 선행이 가슴을 울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태국 팬클럽들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5주년을 맞아 헌혈 프로젝트를 진행, 무려 20만CC를 달성한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5월 10만CC를 목표로 실시된 헌혈프로젝트는 예상치를 두 배나 뛰어넘었다.  헌혈 기증자를 점점 찾기 어려워 혈액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들이 모은 헌혈액은 1천5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량이라고 한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피를 나누는 사랑’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석권 소식이 전해진 직후라 태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더욱 뜨거운 화제가 됐다.  방탄소년단의 태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사랑을 전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며 그들의 선행을 오롯이 방탄소년단에게 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2017년 11월부터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신뢰회복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룹의 인기와 함께 일본을 거쳐 글로벌 캠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이 들으면 코끝을 찡하게 하는 태국 팬들의 선행은 이번 뿐만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K-POP이 태국 대중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데는 팬클럽들의 공로가 절대적이다. 콘서트 장을 찾아 열광의 지지를 보내는 것은 기본.  태국 곳곳의 소외된 곳을 팬클럽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꾸준하고도 묵묵히 찾고 있다. 한마디로 태국 팬클럽들은 K-POP 가수들이 태국에서 롱런하게 하는 `수호천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국에서 가장 많은 콘서트를 한 슈퍼주니어 팬클럽들은 공익활동도 잦다. 고아원 방문은 물론이고 홍수방지 나무에 부목을 설치하는 `막노동’을 한 것도 기억한다. 빅뱅의 팬클럽 VIP는 심장병 어린이돕기 모금운동을, 인피니티의 팬들은 1,240kg의 쌀을 구입해 정신지체아가 있는 사회복지 재단에 기증한 적도 있다. 2014년 필리핀에 대홍수 재난이 일어나자 샤이니 태국 팬클럽들은 필리핀 홍수돕기에 나섰다. 이들은 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일도 샤이니의 이름으로 하고, 노인들을 위해서는 위생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남부분쟁 지역의 군인들에게 의약품을 보낸 것도 샤이니 팬클럽이었다.

  `런닝맨’으로 많은 팬들이 있는 이광수는 생일 때마다 그의 팬들이 고아원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알고 있을 듯 하다.  그 밖에도 FT 아일랜드의 태국 팬클럽인 `프리마돈나 타일랜드’는 데뷔 7주년때는 불우 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캠페인을 펼쳤다.

태국 K-POP 팬들의 사회 곳곳에 대한 관심사는 유별나서 지드래곤의 팬들은 `장애동물복지재단’을 위해 모금을 벌이기도 했다. 걸스데이, B1A4 등 나도 알지 못하는 태국의 수많은 K-POP 팬클럽들이 언론보도와는 상관없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마다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이른바 감투 쓴 분들이 `지속 가능한 한류’의 실마리를 찾는다며 종종 태국에 온다. 그렇다면 한류의 뿌리를 탄탄하게 하는 팬클럽 `수호천사’들을 가장 먼저 챙겨 볼 것을 권고한다. 태국사회 및 한류에 대단한 순기능을 하는 팬클럽들을 위한 마당이 자주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태국 K-POP 팬들의 한편엔 어두운 구석도 있다. `K-POP 장사꾼’ 들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석권에 이은 팬클럽들의 선행이 알려진 똑 같은 시간, 태국에선 K-POP 그룹 워너원의 암표로 SNS가 시끄러웠다. 오는 8월 4, 5일 방콕에서 콘서트를 갖는 이들의 표는 지난 6월 9일 시작됐는데, 발매 개시와 함께 온라인 서버를 마비시키며 수분 만에 매진됐다. 매진 소식이 전해진 것과 거의 동시에 SNS에선 암표발매가 시작됐다. 워너원 콘서트 티켓은 가장 비싼 표는 7,500에 바트(한화 약 26만원)인데 암표는 2만바트에 거래됐다. 2만바트는 태국에서 어지간한 직장 경력 3~4년 차는 되어야 받는 월급수준이다. 워너원의 한 팬은 ‘진짜 필요한 사람은 구할 수가 없고 암표상만 좋은 일 시켜준다’며 울부짖었다. 암표를 사지 말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Wannago’ 암표상은 `Wanna get rich’(가고 싶지만 암표상만 부자된다)는 트윗은 하루만에 1천만 명이상이 리트윗을 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K-POP 장사꾼’들은 암표상 뿐만이 아니다.  큰 규모의 공연을 예고해 놓고 표가 팔리지 않으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슬그머니 취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선량한 K-POP 팬들에게 배신감을 주고, 그 책임은 영문도 모를 K-POP 가수가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한류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한류문화 소비자를 모욕하는 행위다.

고기를 많이 잡을 욕심에 사로잡힌 낚시꾼은 찌의 작은 흔들림에도 챔질을 한다. 그런 사람은 달빛 받으며 유유히 올라오는 찌올림을 감상할 겨를이 없다.  양심과 책임이 털끝 만큼도 없는 문화비즈니스 장사꾼이 늘어나면 태국 한류는 곧 땅에 떨어질 게 뻔한 이치다.

 태국인들도 신기해 할 정도로 태국 한류는 15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K-POP 인기가 시들지 않은 이유는 건강한 태국 팬클럽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피를 나누는 짜릿한 선행 소식 1분짜리가 TV와 인터넷을 주구장창 장식한 한국의 도지사 시장들 뽑는 6.13 지방선거 운동 지켜보는 것보다 백배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