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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한류가 장수하는 비결

조회수 : 16848 2018.11.23

태국 한류가 장수하는 비결

 

①태국인의 정서에 부합

한국드라마를 대량 수입 방송하며 태국 한류붐을 이끈 파라껀 쏨수완 CH7 사장은 태국인들의 한국드라마를 선호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태국인들이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내용이 신선하고 대본이 실감나는데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다는 것이다. 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생생하고 입체적이란 평가도 덧붙였다.(The BRIDGES 매거진, 2014년 인터뷰 중)

한류 이전 태국에선 서양과 일본 드라마가 주로 편성됐지만 한국드라마는 태국인의 정서에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클래식> 등의 슬픈 정서가 대표적이다.  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고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데 연장자에 대한 존경, 가족애 등은 한국과 유사점이 많다. 한국드라마가 이질감 없이 태국 안방을 파고드는 한 이유가 된 것이다. 

 

②컨텐츠의 질이 높다

드라마 대본과 제작 기술력 자체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이다. 2010년 이후에는 드라마 대본만을 수입해 자체 제작하는 붐이 일기도 했다. <풀하우스>, <별에서 온 그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 나의 귀신님> 등의 한국드라마는 태국에서 태국 제작진이 태국배우로 리메이크 한 드라마들이다.

태국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드라마의 인기가 지속되자 2014년 <풀하우스>의 연출자인 표민수PD 등을 태국으로 초청해, 방송제작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표민수 감독은 “한국 드라마는 신마다 커트가 많다. 1신 당 5~10커트가 들어간다. 1신은 30초에서 40초 정도다. 커트수가 많으니까 다양하게 편집할 수 있다. 덕분에 화면이 빠르고 변화무쌍해 보인다.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작품의 질을 대체로 균등히 유지하는 비결은 사전 준비 기간에 감독, 작가, 스태프들이 드라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두기 때문”이라고 발표해 공감을 샀다.

 

③한국 컨텐츠의 잦은 노출

드라마, K-Pop등의 인기가 오랫동안 높은 이유는 태국에서 한국 컨텐츠의 빈번한 노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한국드라마의 쿼터제 등을 실시하며 한국문화의 지나친 유입을 경계하지만 태국은 한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지 어떤 제한이나 걸림돌조차 없다. 심지어 태국 국민의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시린톤 태국 공주는 <선덕여왕>의 팬이라는 공개발언을 하기도 했고,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전 수상의 딸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택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고, 종종 언급했다.

2014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웃 찬오차 태국 총리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화제가 되자 2016년 3월 17일 정부 행사에서 <태양의 후예>를 예로 들며 애국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태양의 후예>란 드라마를 본적이 있나? 그거 한번 봐라. 멋진 배우들이 나온다. 흡인력이 있는 남녀 배우다. 남자 주인공은 대위고 여주인공은 의사다. 병원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드라마에 애국심 컨셉트와 국가와 환자에 대한 헌신을 담고 있다. 그들은 싸우지만 마침내 화해한다. 우리 드라마들은 마치 부모가 죽은 것처럼 단순히 울고 짜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데 이들은 어쩜 이런 창의적인 드라마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누가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면 투자하겠다.”

태국 언론들도 한류의 인기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태국문화와 비교하기도 한다.

한류가 만연해지며 한국 컨텐츠가 인기를 얻자 태국 대표적 영자신문 방콕포스트는 2008년 6월 13일자 간지 1면에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싣고 태국과 비교하기도 했다. 방콕 포스트는 트루뮤직, RS 음반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드라마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으며, 음반은 전세계를 목표로 한다. 한국 가수들의 경우 오랜시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등장하며, 불법카피 본을 사지 않는 문화도 한국음악시장의 경쟁력”이라며 분석했다. 태국 음반사인 RS 고위관계자는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태국보다 10년을 앞서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④ 태국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외국문화에 대한 호감

태국 관계자들이 분석하듯 한국 콘텐츠의 질적 우수성이 태국인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원인이지만 한편으론 태국의 개방성과 외국문화에 대한 호감이 한류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태국 최고위 지도층 들까지 한국 컨텐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오랜 태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한류가 태국에 유입돼 유행해도 태국문화는 결코 쇠퇴하지 않으며, 태국 경제 사회에 어떠한 악영향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지나친 한국문화의 유입을 염려해 한국 컨텐츠에 제한 조치가 실시되고,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태국은 동양은 물론 유럽, 미국의 다양한 문화와 제품이 제한없이 유입되고 경쟁력있는 콘텐츠가 각광받는 ‘국제시장’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한류 컨텐츠가 오랜시간 선호되는 것은 입맛이 까다로운 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킨다는 즉, 경쟁력이 높다는 방증이다. 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라오스에선 태국TV 프로그램이 그대로 방송되는 등 태국은 동남아 곳곳으로 한류가 확산되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⑤ 진화하는 태국 한류

드라마, K-Pop이 축을 이룬 태국 한류는 최근 3-4년부터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한국 오락프로 <히든싱어>가 태국에 포맷으로 수출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에 수출되고 있다. 태국을 통해 한류가 타국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⑥ 태국은 SNS의 강국, 한류의 빠른 확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태국에서는 한국문화 소비에 대한 한국시차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드라마는 태국의 인기드라마고, 한국의 인기스타는 태국의 인기스타로 통한다. 

태국 영문 일간지 네이션지가 2018넌 9월 15일 Electronic Transactions Development Agency의 Global Digital Report 2018을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태국인들의 하루 인터넷 이용시간은 2018년 1월 기준 9시간38분으로 세계 1위였다. 또 페이스북 활성 계정이 가장 많은 도시는 태국의 수도 방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태국 인구의 74%인 5천1200만 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 1위가 미국, 2위가 태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태국인들의 문화소비 패턴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인터넷 베이스를 활용해 아직 태국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 웹드라마의 진출 등이 기대된다. 다만 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4분의1 수준으로, 저작권 보호의 수준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한류의 인기와 함께 한국 컨텐츠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한류 확산과 지속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