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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멋대로 쓰이는 태국 국왕이름의 표기에 대해

조회수 : 11295 2019.05.09

 

태국 라마 10세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2019년 5월 4일부터 6일까지 대관식을 가졌다.

태국에선 70년 이란 세계 최 장수 국가원수의 기록을 보유한 고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뒤를 이어 '와치라롱껀'(66) 국왕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태국언론들은 당연히 대관식 소식으로 도배했고, 한국 언론들도 대관식 첫날 부터 관련기사를 내보내며 큰 관심을 표시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국내 언론의 새 국왕의 이름표기가 여전히 ‘엿장수 맘대로’ 식이다.  2016년 푸미폰 국왕의 서거 이후 주목 속에 등장한 라마 10세의 이름표기 혼동이 여전하다.

대관식 첫날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신문들은 ‘와치랄롱꼰’이라고 표기했고, KBS MBC 연합뉴스 등 방송사와 통신사 들은 대체로 ‘와찌랄롱꼰’으로 보도했다.  

2년전 푸미폰 국왕이 서거 직후 다음 왕위를 이을 새 국왕에 대한 국내언론들의 표기는 ‘와치라롱꼰’ ‘와찌랄롱꼰’ ‘와찌라롱껀’ ‘와치랄롱꼰’ 등 제각각 표기하던 것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맘 내키는대로 적고 있는 듯 하다.  

 

보통사람도  내 이름 틀린 것 들으면 기분 나쁜데 한 나라의 국가원수 이름을  이렇게 달리 불러도 되는 것일까?   예의도 아닐 뿐더러 이후에 수없이 사용될 양국간 의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사실 한국어의  자모음으로 세계 모든 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표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한국어연구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는 외국어와 외래어 표기에 관한 일정한 규칙을 정해 놓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기 규칙에 의하면 태국 라마 10세의 이름은 `와치랄롱꼰'이다.

그러나 이 표기에 대해 태국인들과 태국어 학자들은 정확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와치라롱껀'이라고 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표기법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름 중간에 표기된  '랄'과  '라'의 차이다. 태국인들에게 들려주면 '와치랄롱꼰'은 자신들의 정확한 국왕 이름이 아니라고 말한다.  열이면 열 '와치라롱껀'이 맞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국립국어원에서는 '와치라롱껀' 이라고 표기해야 하는 것을 중간에 `리을(ㄹ)을 하나 더붙여 '와치랄롱꼰'으로  표기하는 것일까? 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칙은 2004년에 제정되었다. 영어의 엘(l) 발음이 단어 중간에 들어가면 한국어로는 `리을'  'ㄹ'을 두개 표기하는 게 현지어  발음에 더 가깝다는 ‘일반 원칙’을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이 밝히고 있는 외래어 표기의 중요한 원칙엔 `현지어에 가깝게 표기한다' 와 '하나의 음소는 하나의 소리에 대응한다'는 게 있다. 

'와치랄'로 표기할  'ㄹ'의 음소가 태국어 표기에는 없다. 게다가 정작 현지어에 가깝게 한다는 원칙도 실제로는 적용이 안되어 상이하게 들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마지막의 `꼰'과 '껀'은 태국  발음이 `오'와 `어'의 중간 쯤의 발음이라 어떻게 표현하든 ‘용서’가 되긴 하지만 사실 현지어 발음은 ‘껀’이 더 가깝다. 

언어는 약속이고, 다양한 소리를 한 나라의 자모음으로 정확히 표기할 수는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어쩌면 수십년간 불릴 중대한 인물의 이름을  `표기원칙'에 집착해 실제와는 다르게 호칭되는 것은 재고되고 시정되는 게  마땅하다. 

이에 대해  이미 1년 반 전쯤 국립국어원에 문의하자 담당 연구원은  "외래어 표기법에 입각해 심의된 명칭으로 `'와치랄롱꼰'의 한국어 표기에 명백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규칙의 예외를 벗어나는지에 대해선 내부검토를 거쳐 재심의 여부를 판단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뿐이지 여전히 국내언론들은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기도 따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지어 발음에도 따르지 않는 ‘나만의 개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재 심의해 태국국왕의 이름이  ‘와치라롱껀’으로 불리면 가장 좋겠다.   표기원칙을 끝내 지켜내야 한다는  ‘똥고집’을 적용한다면   ‘와치랄롱꼰’이라도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