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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지켜본 감상

조회수 : 343 2019.09.16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3일까지 태국을 공식 방문했다. 
3일부터는 미얀마와 라오스를 거치는 5박 6일의 일정을 이어 나갔다.
한국 대통령의 태국 공식 방문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7년 만인 만큼 귀한 걸음이었다.  어느 나라 든 국가 원수의 방문은 그 중요성이 큰 만큼 현지에서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발이 무척 바쁘다.  태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와 라오스에서도 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엄청난 관광객이 오가는 태국과 한국의 인적교류는 연간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지만 태국 내 경제분야는 ‘속상하게도’ 일본의 선점이 이어지고 있다.  태국 내 한국 기업이 400여 개 지만 일본은 무려 8천 개가 넘는다.  태국 거리엔 일본 자동차가 90% 이상 굴러다닌다. 골프장 가도 일본 사람들 말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태국을 찾은 대통령은 태국과의 경제협력을 미래 자동차, 로봇, 바이오헬스 등 태국에 ‘먹힐 만한’ 분야에 방점을 찍었다.  태국의 각 경제분야에서 일본이 다 우려먹고 영향력이 크지만 ICT 분야는 한국도 승산이 있다. 태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K-POP, 첨단 IT 기술 등이다.  그런데 태국은 ICT를 기반으로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타일랜드 4.0’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으니 아귀가 맞는 셈이다.
대통령 방문 일정엔 중소기업의 진출과 관련, 태국에서 뜨거운 한류기반 브랜드 K 론칭도 포함됐다.  태국은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인데 때맞춰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어는 태국 대학입시에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반영돼 지난 2018년 입학부터 적용되고 있다.  한국어의 인기도 뜨거운 태국 한류 산물 중의 하나다.
대통령이 방문한 채 3일이 안되는 시간 태국의 많은 언론에 한국 관련 소식이 실리고, 여러 분야의 한-태국 협업 소식이 전해졌다. 

부총리 포함 장관 4명이 동행한 태국 방문은 마치 호위 전함과 함께 움직이는 항공모함 전단을 연상시켰다.  산업부, 중소 벤처기업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별도 취재인력을 편성하며 미래 한국의 먹거리에 관심을 쏟아내 전달했다.
대통령의 방문 동안  태국 각 분야에서 여러 가지가 준비됐는데 우리 회사도 크고 작은 관련 업무를 맡았다.  덕분에 태국 직원들도 한국의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사진 앵글 뒤편에 잡혀 ‘가보’를 얻은 사람도 있다.
관심사가 다소 엉뚱한(?) 나는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늘 동행해 TV를 통해 이미 낯이 익은 통역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미, 한일 등 최근 예민한 국가 일을 맡고 있는 분과 기념촬영도 자청했다.  지소미아, 남북 관계 등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눌러 참았다. 
동포간담회 때는 대통령 수행단 고위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앉게 됐는데 이런저런 화제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  이들은 어느 질문이든 스스럼없이 잘 대답해 줬다. 미얀마  아웅산수지 여사를 만나면 로힝야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한국의 정책기조도 설명해 줬다. 태국의 여러 사안에 대한 질문과 관심도 많았다. 숨기는 것도 없고 거리낌도 없었다.


회사에선 양국 정상회담에 이어진 무대에 설 K-POP 커버댄스 공연팀을 태국 정부 측의 요청으로 섭외했다.  대통령이 태국 수상과 함께 전기 뚝뚝이를 탄 한-태 산업혁명 쇼케이스 전시장도 여러 날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졸이며 조성했다.  같은 날 오전부터는 한-태 스타트업 서밋 행사도 진행했고 한국어 말하기 대회장도 설치하고 인력을 파견했다. 그 밖에도 한-태 비즈니스 매칭 행사장 조성, 수십 명의 태국어 통역사 섭외, 관련 방문단의 숙소 예약, 차량,  가이드 및 사무기기 설치까지 신경 써야 할 곳이 참 많았다, 이곳저곳에서 오는 보고 받느라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회사 CEO는 일찌감치 태국 총리 통역을 부탁받아 한국 출장을 조절하고 급히 돌아와야 했고, 저녁 동포간담회장 앞에 차가 막혀, 수십 분을 걷고 뛴 끝에 겨우 도착했다.  동포 대표의 한 명으로 헤드 테이블에 앉았는데 대통령은 한류와 우리 회사 이야기를 하며 격려해 줬다고 했다. 얼마 전 한국 사무실에 회사 관련 내용을 물어봤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비로소 앞뒤가 연결됐다.


태국의 다른 기관과 관계자들도 모두 다 정신없고 숨 가쁜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새삼 다시 느낀 것은 엄청난 양의 대통령 일정이었다.  포럼이 끝나고 호텔 유리창 너머로 태국 총리와 대통령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호텔 앞의 전기버스에 오르는 일정이 또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하루간의 일정만 해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거의 분초를 쪼개 이어졌다.
숨돌릴 틈 없는 일정 가운데 대통령이 태국 동포 간담회 참석자들의 사연을 경청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간담회 테이블에 함께 앉았던 수행원들은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이보다 더 촘촘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대통령은 어디 가서 졸 수도 없고, 인상 쓸 수도 없으며, 기억력도, 체력도, 표정관리도 완벽해야 하는 ‘극한 직업’이 틀림없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우리 몇몇 직원들도 무릎 한번 구부리지 못하고 몇 밤을 새는 ‘초인적 힘’이 요구됐다.  다른 일에서도 비슷해 원성을 뒤집어쓰지만, 이번엔 나도 거의 매일 회의하고, 다그치며 점검해야 하는 ‘악당’ 역을 맡아야 하는 운명이 이어졌다. 
외국에선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의심되면 한번 살아보면 안다.  심지어 태국 백화점 식품매장 코너에   조그만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만 봐도 경쟁심이 치밀어 오른다. 한국인이 환영받고, 한국 제품이 인기를 끌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라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방문 뒤 태국의 각 분야에서 일본을 제압하고 한국을 위한 좋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길 바란다.  모든 것은 다 계기와 발단이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