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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들은 지금 불편과 씨름 중!

조회수 : 9129 2020.01.09



*출처-카우솟

태국 마트나 상점에는 친절함이 넘실댄다.

비슷한 품목별로 구분 지어 봉지에 하나하나 담아주고, 할인 포인트라도 있으면 뒷사람 줄이 아무리 밀렸어도 기어코 도와준다.  마지막에는 와이(두 손을 합장하는 태국식 인사법)로 감사를 표시하는 종업원이 대부분이다.  품목이 많으면 주차장까지 쇼핑카트를 밀어주기도 한다.  

새해 들어 태국 마트 계산대에선 그동안의 익숙했던 풍경이 확 바뀌었다.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비닐봉지 사용 금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상점들이 무료로 나눠주던 비닐봉지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태국 전역에 1만여 개가 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톱마트 슈퍼마켓, 대형할인매장인 빅씨, 로터스 등에서도 비닐봉지를 더 이상 공짜로 나눠주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다.  소규모의 개별 상점에서도 1회용 비닐봉지는 사라졌다. 유료로 판매하는 곳도 더러 있지만 아예 구비해 놓지 않은 곳도 많다.

이런 것들은 사실 태국인들에게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급격한’ 변화다. 날씨가 더운 태국은 외식문화가 발달해 있다. 집에서 불을 피워 먹을 것을 마련하기보단 사 먹는 게 편하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비닐봉지가 상시 이용된다. 심지어 콜라도 비닐봉지에 담아 빨대를 꽃아 다니며 마신다.  태국의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은 450억 장이라는 통계가 납득될만하다.

새해부터 태국 마트에서 두 손으로 다 들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을 샀다면 방법은 2가지다. 매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유료인 비닐봉지나 재활용 봉지를 사는 것이다.  어떤 곳에서는 종이상자를 무료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해 놓고 있기도 하다.

비닐봉지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새해 1주일 동안 태국인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톱 마트 등에선 재활용 천 가방을 가지고 오는 모습이 퍽 많이 목격된다.  변화에 적응하고 협력하는 시민의식이 인상적이다. 필자 역시 마트에 갈 땐 천 가방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잊어먹을까 봐  승용차에 아예 천 가방을 넣어놓고 있다. 품목별로 나눠 담아주던 편리하고 친절한 ‘비닐봉지 포장 서비스’가 사라진 건 무척 아쉽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대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태국인들도 같은 생각으로 불편을 참고 있으리라. 

하지만 생선이나 야채 등 ‘신선제품’을 파는 시장에선 비닐봉지를 대신할 수단이 거의 없다.  종이봉투는 찢어지고 물기 있는 제품은 담기 어렵다.  퇴근길 시장에 들러 사던 인기 있는 쏨땀이나 깽류,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비닐봉지가 없으면 앞으로 어떻게 담으려나?  

마트에서 120원에서 800원 대의 천 가방이나 재활용 가방을 팔고 있지만 쇼핑할 때마다 매번 이를 사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된다. 재활용 가방이 비상식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도 지적된다. 태국 정부가 적절한 대안 마련도 없이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서둘렀고, 기업의 이익에만 부합한다는 볼멘 목소리도 설득력이 있다. 

비닐봉지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권리 위반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비닐봉지 대신 다른 용기를 살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친환경 가방을 제공하는 것은 상점의 의무이지 소비자의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국이 개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태국은 TV에서 음주나 흡연 장면은 흐릿하게 처리하고 있는데, 새해부터는 뉴스를 제외한 8개 방송사의 TV프로그램에서 비닐봉지 사용 장면도 블라인드 처리되고 있다. 비닐봉지도 담배나 술처럼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오버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정부시책에 방송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쓰레기처리 등 정부의 시스템 부재를 비판한다. 한국에 쓰레기 분리제도가 도입된 건 1995년 지만 태국은 아직 이런 것조차 없다.  태국인은 1인당 하루 1.13Kg의 쓰레기를 버린다고 하는데 음식이고 플라스틱이고 마구 섞어 버려도 법에서 규제하지 않는다. 태국은 로드맵에 따라 2027년까지 100% 재활용 플라스틱만을 사용한다는 국가전략을세우고 있다.

1869년에 처음 발명돼 150년 밖엔 안된 플라스틱이 인류의 거주환경과 동물을 급속히 파괴하고 있으니 법과 정책을 떠나 뭣이 중요한지는 뻔하다. 태국인들도 ‘불편해야 건강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했으면 한다. 글로벌 시민으로 인류 환경 개선에 굳세게 참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