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육군의 행진 장면. 태국은 국방력 순위에서 세계 24위로 평가된다. (방콕포스트)
태국의 정권 이양시기가 군 정기인사와 맞물리며 차기 군부 실력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태국은 9월말 장성들의 전역과 함께 10월부터 군부 개편이 이뤄진다. 이 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이 누가 될지는 늘 초미의 관심사다.
육군참모총장은 합참의장(3군 총사령관)보다는 군내 서열이 낮지만 가장 많은 병력을 거느리는 군부실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6년 군사 쿠데타 이후 17년 동안 태국정치는 육군참모총장들이 일으킨 쿠데타에 이은 군부정치가 갈마들며 혼란과 갈등이 반복되어 왔다.
5.14 총선 이후 새총리 선출이 여전히 표류하는 가운데 지난 7월초 정계 은퇴를 선언한 쁘라윳 총리가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마지막 인사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태국은 지난 2008년 개정된 국방부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등 군인사는 국방부장관이 주재하는 가운데 7명의 위원들이 추천하고 총리의 검토를 거친 뒤 국왕의 승인을 받아 확정되도록 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국방부 장관도 겸직하고 있다.
현 나롱판 짓캐우태 육군참모총장의 후임 1순위는 육군 부참모총장인 차른차이 힌태오 대장이다. 군 진급순서로 보나 군내 인맥으로도 가장 앞선 주자다.
*차른차이 장군
‘쁘라윳 총리의 사람’으로 불리는 차른차이 대장은 여왕 근위대인 촌부리 보병 21연대 출신이다. 태국은 보병 21연대를 거친 군인들이 새천년 이후 지금까지 정치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낸 군인은 손티 분야라끄린 육군참모총장이었고, 그 1년 뒤인 2007년부터 육군을 이끈 사람은 당시 쿠데타에 가담한 아누퐁 파오친다 대장이었다. 2006년 쿠테타 당시 육군에서 가장 중요한 1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던 사람은 바로 현재의 쁘라윳 총리다.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참모총장은 1년 후배 육군참모총장인 쁘라윳 총리가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후 내무부장관에 임명돼 현재까지 하고 있다. 쁘라윳 총리와 아누퐁 내무부 장관이 ‘큰 형님’으로 모시는 사람은 현 국방부장관인 쁘라윗 부총리. 군부 ‘큰 형님’으로 불리는 그 역시 ‘말할 필요도 없이’ 육군참모총장 출신이다.
*2006년 9월 19일 쿠데타를 일으킨 손티 육군참모총장(가운데)이 이듬해인 2007년 5월 정당해산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현 총리인 쁘라윳 장군(왼쪽)과 현 내무부 장관인 아누퐁 장군(오른쪽)이 배석하고 있다. 이후 아누퐁 장군은 육군참모 총장이 되었으며 군 1년 후배인 쁘라윳 장군에게 인계했다. 2006년 쿠데타 당시 아누퐁 장군과 쁘라윳 장군의 계급은 중장이었다. 쁘라윳 장군은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9년간 태국정권의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5.14 총선 패배 후 지난 7월초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새총리선출 불발에 따른 새정부 구성이 늦어져 과도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태국 육군참모총장들은 사회가 불안하면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냐는 질문과 함께 가장 많이 언론에 등장한다. (사진 방콕 포스트)
올해 차른차이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을 맡게 되면 아누퐁-쁘라윳으로 이어지는21연대 출신 참모총장의 계보를 잇는 셈이다.
조용하지만 강직하고 단호한 성격으로 알려져 참모총장에 임명되면 정부 이양기 정치적 긴장과 불확실성을 면밀히 관찰(?)할 인물이 될 것이라는 게 태국 언론들의 평가다.(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태국 군에는 와치라롱껀 국왕이 라마 10세로 즉위한 이후인 2018년부터 ‘레드림(red-rim)’ 출신이 부각되고 있다. 군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며 받는 3개월의 특별 군엘리트 단기훈련 프로그램이 신설됐는데 훈련이 끝나면 빨간색 테두리가 있는 T셔츠를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21연대 출신에 덧붙여 차른차이 대장은 ‘레드림’ 출신이기도 하다. 2018년 이후 2명의 전임 육군참모총장들이 레드림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고 한다. 프어타이당이 연정을 이뤄 정권을 잡을 것이 유력시 되고, 여기에 ‘군부 큰 형님’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가 당대표로 있는 팔랑프랏차랏당이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쁘라윗 부총리와 가까운 숙산 농부아랑 장군이 육군참모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미육사에서 교육받은 ‘레드림’ 출신인 솜윗 눈팍디 장군 등도 물망에 오른다.
‘Global FirePower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36만여 명 병력의 태국은 세계 국방력 순위 24위로 평가되어 있다. 그런데 장성수가 무려 1,400여 명에 이른다. 육군만 840명이 있다. 의료, 법률, 회계, 행정분야 전문가들의 장성 지위를 폐지해 2029년까지 장성수를 25% 감축할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래도 군대에는 별이 정말 하늘의 별만큼 총총하다.
국방력 세계 6위이며 병력수 63만여 명에 장성수 375명인 한국보다 3.7배나 많다.(국방력 순위 미국 1위, 북한 34위)
*방콕포스트
2000년 이후 태국은 왕당파이자 반탁신파와 친탁신파의 대립에 따른 극심한 혼란, 질서를 회복한다는 명분 하의 군부의 쿠데타 개입-총선실시-친탁신파의 재승리-군부 쿠데타의 공식을 밟아왔다.
2014년 쿠데타 후 쁘라윳 총리가 주도한 9년 동안의 태국정치는 지난 5.14 총선에서 전진당의 등장으로 기존 구도가 깨지는 듯 했다. 전진당이 최다의석을 확보해 정부구성의 권한을 쥐었고 새질서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진당 피타 후보의 총리투표에 참가한 친군부 상원의원들의 반대로 전진당은 여당에서 ‘졸지에’ 야당으로 바뀔 처지가 됐다. 이젠 친탁신+친군부의 연대에 맞서는 전진당의 대립이 예고되면서 새분열이 우려되고 있다. 군부 실력자인 새 육군참모총장의 이름이 빈번히 거론되는 ‘혼란의 시기’가 다시 오지 않길 바란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