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의 방콕은 서울의 한여름보다 후텁지근했다. 조금만 걸어도 습한 더위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래서 더더욱 빨리 영화제가 진행되는 SF 월드 시네마로 들어가고 싶었다. SF 월드 시네마는 방콕 시내에 위치한 거대 쇼핑센터인 센트럴 월드 내 멀티플렉스로, 영화제의 메인 극장이다. 하지만 9월 27일 일요일 오후에 찾은 SF 월드 시네마는 민망하리 만치 썰렁했다.

프레스 센터와 영화제 안내 데스크에는 영화제 자원봉사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총집결된 센트럴 월드를 찾은 쇼핑객들은 쇼핑센터 내 곳곳에 비치된 영화제 포스터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했다. 그 시각, 한산한 극장과 달리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 있었으니 1층에 마련된 이준기 태국 화보집 월드 론칭 기자회견장이었다.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이준기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를 기다리는 1,000여 명 팬들의 모습은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드디어 이준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센트럴 월드 전체가 흔들릴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태국의 여러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준기의 화보집은 태국정부관광청과 한-태교류센터(K.T.C.C)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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