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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밖에서도 거듭나야 할 한국 사회) -조선일보

조회수 : 6559 2010.02.22

출처 : [조선일보 이항수 홍콩 특파원]

태국
의 수도 방콕의 시내 중심가에는 '수쿰빗(Sukhumvit) 플라자'로 불리는 한인 타운이 있다. 'ㄷ' 자 모양의 4층짜리 건물들 안에는 식당, 부동산, 의원, 노래방, 약국, 만홧가게, PC방, 미용실, 사우나, 골프교실 등 50여개 상점이 몰려 있다.

이곳에서 7년째 식당을 하는 N(46)씨는 최근 "태국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총리 공관을 점령했던 작년 8월, 방콕의 2개 공항을 점거했던 11월, 파타야의 아세안 회의장을 박살 냈던 올 4월에도 이 식당을 찾았다. 그때마다 활기가 넘치던 그녀는 이번엔 달랐다. 한국에 돌아갈까 조금만 더 버텨볼까 고민하느라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그녀에게 3주 전쯤 정해문(鄭海文) 대사가 전화를 했다. "이제 11월부터 여행 시즌이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 테니 조금만 더 참고 힘내세요." 그녀는 "이국 땅에서 한국 정부의 대표가 위로 전화를 해주니 눈물이 핑 돌더라"며 "얼마나 힘들면 전화 한 통에 눈물이 나겠느냐"고 했다. 요즈음 정 대사는 N씨처럼 힘들어하는 태국 교민들에게 위로 전화를 돌리는 게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태국 교민사회의 어려움은 통계가 말해준다.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 따르면 2006년 109만명이던 한국인 관광객은 2007년 108만명, 지난해 89만명, 올해 8월까지는 43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40%나 줄었다. 태국여행자협회(ATTA)의 집계는 더 심각하다. 올 들어 9월 20일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30% 감소했다. 이 중 한국인 관광객은 -55.1%를 기록, 일본(-40.5%)이나 중국(-40%), 러시아(-22%)를 앞지르며 최대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태교류센터(KTCC)의 이유현 대표는 ▲반정부 시위대가 작년 9월과 11월 푸껫공항과 방콕공항을 잇달아 폐쇄시킨 일 ▲지난해 태국의 바트(Baht)화가 15~20%가량 강세였던 일 ▲올 4월 파타야 정상회의장을 시위대가 점거한 일 ▲올 8월 태국을 여행한 50대 남성이 귀국 후 한국 최초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된 일 등을 악재로 꼽았다. 아피싯(Abhisit)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지난달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형제자매 여러분의 안전과 편의는 총리인 제가 보장합니다. 마음 놓고 언제든 놀러 오세요"라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면서 태국으로의 여행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교민 3만명 중 70%가 여행업과 식당 및 여행 관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태국 교민사회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재작년까지 성업 중이던 150여개의 여행사 중 현재 정상 영업을 하는 곳은 30~40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3000~4000명에 이르던 관광 가이드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갔고 수백명 남은 가이드들도 일하는 날이 드물다. 수쿰빗 거리의 한인 식당가는 식사시간에도 한적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류(韓流)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태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태국인은 2005년 11만2000명, 2006년 12만8000명, 2007년 14만6000명, 지난해 16만명이 한국을 다녀갔고 올해도 5.9%의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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